이번 레터는 누워서 읽으세요 2025년 06월 30일 월요일 | 오늘의 날씨 ⛅ |
|
|
님! 잘 먹고, 잘 쉬고 있나요?
한 해의 절반을 지나온 지금, 어느새 체력도 마음도 조금씩 방전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번 호 경운기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잘 먹고, 잘 쉬는 법’을 찾아보려 해요.
쉼도 연습이 필요하다고들 하잖아요. 이번 뉴스레터가 님의 작은 숨 고르기가 되길 바랍니다. |
|
|
일기 하나,
잘 못 쉬는 나의, 잘 쉬는 법
by 벙리 |
|
|
건강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챙겨 먹고, 피로가 오기 전에 미리 쉬는 삶. 그게 소위 ‘잘 먹고, 잘 쉬는 것’의 기준이라면, 나는 둘 다 썩 잘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쉼’을 조금만 더 너그럽고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나도 의외로, 꽤 잘 쉬는 편이라 말하겠다.
내 입맛은 제법 섬세하다. 평범한 커피 한 잔에도 향과 산미, 입안의 균형을 느끼며 천천히 음미하고, 나의 소울푸드인 쌀국수를 한 그릇 먹을 때는 면발의 식감, 허브의 향, 맑은 국물의 여운에 한참을 머무르곤 한다. 나에게 찰나의 충분한 쉼이 되어 준다.
거친 오프로드의 라오스 산길을 달리다가 문득 차를 세우고 해 지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은 대자연이 내게 주는 경이로운 쉼이다. 바람골, 숲길, 대나무 그늘, 들꽃밭… 여기 모두가 다 내 쉼터다.
허탈함이 몰려오고, 무력감이 쌓이고, 외로움이 극에 달한 날엔 ‘따뜻한 인생 친구’라 이름 붙인 플레이리스트에서 노래를 꺼내 듣는다. 그 몇 분 동안 머릿속은 조용해지고, 웅크린 어깨가 펴지고, 저릿하던 다리도 풀리는 기분이다.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은 때부터 내 삶은 예측 가능하거나 규칙적인 방향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사이에도 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이 있고, 나만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순간들이 분명, 있다. 그래서 내게는 여전히 달려갈 힘과 누군가에게 용기 있게 다가갈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나름 잘 먹고 잘 쉬고 있는 삶 아닐까? 주위에 걱정하는 동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나, 잘 쉰다. 걱정들 마셔.
|
|
|
한 해의 반이 지나가는 즈음, 바쁘게 살아낸 나를 돌아보게 된다. 목표한 일은 잘 해내고 있는지,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진심을 다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나는 그동안 행복했는지.
모금 업무를 하다 보면 나 자신을 뒤로 미뤄두게 될 때가 많다. 마을 주민들의 삶을 전하는 일이다 보니, 어느 날은 카이펜 마을의 생산자 어머니가 되고, 또 어느 날은 목밧 마을에서 커피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기도 한다. 참 보람 있는 일이고, 대부분 재미있다. 하지만 더 멀리, 더 오래, 행복하게 이 여정을 가려면 그 모든 이야기들 사이에 나만의 작은 쉼도 하나쯤 꿰어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느껴보았을 것이다.
‘나의 쉼은 무엇일까, 나는 언제 충전이 된다고 느끼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게 ‘진짜’ 쉼이 되는 순간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눌 때다. 실없는 농담으로 웃음이 터지고, 불쑥 마음 깊은 이야기가 오가는 그런 순간. 그럴 때면 몸 어딘가에서 에너지가 ‘지르르르’ 올라오는 걸 느낀다. 그렇게 행복한 기운이 잘 채워져야만 사람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너그럽게 바라보고, 마음의 중심도 단단히 잡을 수 있다.
나는 유독 음식에 진심이다. 그래서 계절마다 ‘지금 아니면 안 되는’ 맛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지금은 나의 옥수수 철. 곧 강원도의 어딘가로 옥수수를 먹으러 떠날 계획이다. 옥수수에도 가장 맛있는 시기가 있듯이, 나는 쉼에도 나만의 ‘제철’이 있다고 믿는다. 내 일을 사랑하듯 쉼도 끝내주게 챙기자. 그래야 오래오래 행복하게 일하지. 나의 쉼의 제철은? 바로 지금? (대표님! 저 휴가 좀 다녀올게요. 🌽😉)
|
|
|
게으른 것 치고 하고 싶은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는 일찌감치 놀고먹는 팔자는 아닐 거라는 걸 깨달았다. 첫 사회생활이었던 홍보대행사에 발을 들일 때, 난무하던 대행사 괴담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칼퇴는 전설 속 이야기라나, 주말은 환상이라나’ 뭐라나. 워라밸을 얕잡아보고 자아실현을 택한 사회 초년생의 위험한 선택은 매일같이 새벽을 달리는 택시와 함께 퇴근 없는 삶의 서막을 열었다. 하지만 근성으로 버텼고, 그렇게 대행사에서 고인 물이 되었다.
이직을 하며 ‘이번엔 워라밸을 꼭 찾아야지’ 다짐했지만 달콤한 연봉의 유혹에 한 번, 마음 맞는 동료들과의 즐거움과 익숙함에 또 한 번 넘어갔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7년이 흘렀다.
그러다 다시 찾아온 좋은 이직 기회 앞에서, 하필 그때 '그것'이 찾아왔다. 번아웃이었다. 버텨온 시간만큼 타격감도 컸다. 압도적인 무기력 앞에서는 어떤 회사의 네임밸류도, 연봉도, 복지도 무의미해졌다. 한순간이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단 멈춰 섰다. 커리어에 대한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침을 꿀꺽 삼키듯 조심스럽고 의지적으로 나를 돌보는 일에 용기를 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지만 내 세상은 고요하고 낯설었다. 속도를 늦추자, 7년 동안 미뤄두었던 쉼의 순간들이 쏟아지듯 한꺼번에 밀도 높게 몰려왔다.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과 피로, 혼란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라오스로 향했다. 7년의 경력을 뒤로 하고 봉사활동이라는 조금은 무모한 도전 속에서 다시 삶의 방향을 찾고 싶었다. 누군가는 내 선택을 걱정했고, 누군가는 안타까워했고, 또 누군가는 조금 부러워하기도 했다.
루앙프라방에서의 3개월 차. 나는 지금, ‘쉼’을 위한 나의 선택과 용기에 보답하듯, 게으른 듯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혹시나 여기서 꼭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고 단단히 다짐한다. 조금 느릴 뿐 나는 여전히 나아가는 중이니까. 쉼은 멈춤이 아니라, 그래도 흘러가고 있음이라고.
|
|
|
팀 원더스 비하인드 더 씬
원더스의 소소한 일상 |
|
|
팀 원더스의 야심 찬 성장 프로그램, L&L(Lunch & Learn)! 한 달에 한 번, 점심시간을 두 시간으로 확장해 지식도 채우고 엄선한 메뉴로 배도 든든한 채우는 시간입니다.
5월 L&L의 강사는 바로 벙리 대표님. 주제는 ‘원더스가 왜 커피를 선택했는가’였습니다. 처음 커피 마을을 조사하던 넷플릭스 급 비하인드 스토리와 커피에 관한 기초 상식까지. 그리고 핸드 드립을 내리는 실습과 테이스팅까지. 오감이 만족한 꽉찬 시간이었습니다.
“벙리는 커피가 왜 좋아요?”
“똑같은 커피가 세상에 단 하나도 없거든.”
팀 원더스는 모든 사람 안에 ‘고유한 경이로움’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커피처럼, 팀 원더스도, 함께 일하는 마을 주민들도 각자의 향과 맛을 지닌 존재들이니까요.
(다음 L&L 내용도 궁금하시죠? 그렇다면, 지금 진행 중인 채용 공고를…😉) |
|
|
5월과 6월(그리고 다음 달인 7월까지...) 원더스의 벙리, 뵈뵈 대표님을 아무도 사무실에서 만날 수 없었다는데요… 이 레터가 발행되는 지금도 한 분은 라오스, 다른 한 분은 캄보디아에 계십니다.😲
이번 호 주제는 ‘잘 먹고 잘 쉬는 법’이지만, 대표님들의 일정표에는 쉼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업무차 통화를 하면 어쩐지 목소리가 한국에 계실 때보다 더 밝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이겠지요?
현장을 가장 우선에 두는 팀 원더스에게는, 어쩌면 이 여정 자체가 가장 큰 가치이자 에너지인지도 모르겠어요. 여전히 들쑥날쑥한 인터넷과 익숙하지 않은 날씨, 매일 다른 언어에 부딪히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작은 변화들이 우리를 다시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 걸음들이, 언젠가 더 많은 삶에 부족함 없이 가 닿기를 바라요. 오늘도 팀 원더스는 쉼 없이, 그러나 마음만은 단단히 채워가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 |
|
|
원더스토리
원더스의 본캐, 사회연대경제 전문NGO 원더스 소식 |
|
|
1. 캄보디아, DYNAMIC하게 시작합니다!
원더스, 캄보디아에서도 청년 창업 지원에 나섭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청년들에게 '창업'이라는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전하기 위해 시작된 Project DYNAMIC*. 향후 10년간 단계별로 진행될 본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다이나믹한 변화, 그 가능성을 함께 그려봅니다.
|
|
|
* Developing Youth and Nurturing Agripreneurship for Market Impact and Community Growth의 약자로, ‘청년 농업기업가 육성을 통해 시장과 공동체의 성장을 함께 이루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
|
|
2. 커피로 함께 지키는 숲과 지구
- 환경의날 캠페인 전개
|
|
|
3. In the right way
- 라오스 농업산림부 성과보고회 개최
지난해 라오스 농업산림부와 업무 협약을 맺었는데요. 지난 6월 반기 보고회에서 중앙 및 지역 정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원더스의 활동 성과와 계획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라오스 외교부와 농림부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활동 성과를 인정하기도 했답니다. 그 생생한 현장, 지금 보러 가시죠!
|
|
|
4. 쌥 라이라이!*
바삭한 한-라 박람회 현장!
* 라오어로 '정말정말 맛있다'
한국-라오스 수교 30주년 기념 ‘한-라 농업 박람회’에 원더스도 함께했습니다. 라오스 북부의 커피, 카이펜(민물김), 흑생강을 소개하고,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는데요. 특히 카이펜 생산자 팀이 즉석에서 카이펜을 튀겨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
|
박람회 현장에서도 인기 만점이었던 카이펜,
카이펜을 생산하는 4개의 마을 중 솝흐앙 마을은 지난해 홍수가 휩쓸고 간 후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온전히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였고,
폭풍 같은 홍수에 변해버린 메콩강의 생태에 카이 채취도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카이펜 생산을 이어가기 위해 솝흐앙 마을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좋아요·댓글·공유로
솝흐앙 마을 여성 생산자들을 위한 기부에 함께 해주세요!
|
|
|
원더스 다섯 번째 해,
진심을 다해 달려온 2024년의 이야기를 담아, 올 해도 소박한 연차보고서를 준비했습니다.
|
|
|
지난 호 [느린 게 나쁜 건 아니야]를 읽고 누군가는 자신의 느리고 서툴렀던 과거를 떠올렸고, 또 누군가는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구독자분들이 남겨주신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봅니다.
|
|
|
로니 님
뵈뵈님의 경험처럼, 저도 갈망하던(!) 모 비영리단체의 공채에서 3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그 기관에서 봉사도 하고, 실습도 했는데 대체 왜 나만 안되는건가 엉엉 울며 내 삶은 글렀다고 자책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봉사를 하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상사이자 인생 멘토도 만났고, 실습을 하며 닮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인연들이 결국 연결 연결되어 결국 그 단체에 입사를 했답니다. '늦은 게 오히려 더 빠를 때도 있더라.'라는 말이 퇴사에도 해당인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 신입 중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해서 맘 졸이며 들어갔지만, 지금은 일등으로 퇴사해서 또 다른 꿈을 신나게 쫓아다니고 있어요!
경운기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몇 년 전의 추억을 되짚어보았습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
|
|
김영진 님
여러 사람의 다르지만 또 같은... 그래서 더 와 닿는 빼곡한 편지 한 통을 읽은 기분이에요. (공짜로 보기 미안해서 데이터 키고 봄😏) 어느것 하나 허투루 일하는 것 없이 진심인 분들이 만들어갈 다음 경운기도 탑승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
|
|
일기를 읽고 ‘나도 그랬지…’ 하고 고개 끄덕이셨다면, 경운기에 탑승해보시는 건 어때요? 마음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전해주세요. |
|
|
뉴스레터 경운기는 사단법인 원더스 인터내셔널에서 운영합니다. 원더스는 비즈니스를 통해 저개발국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연대경제 전문 NGO로, 지역사회 주민들의 자립을 위한 경이로운 도전을 함께 합니다.
남다른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면? |
|
|
원더스 인터내셔널wonders@wonders.or.kr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26길 19, 서호빌딩 4층 02-337-0131수신거부 Unsubscribe |
|
|
|
|